2026/10/04 (D+194, 일): 아이덴티티
오늘부터 교회 세팅하는 거 돕기로 해서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가야하는데
알람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맞춰놓고 일어났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무심코 내가 교회에 10시까지 평소에 갔던 걸로 생각하고 30분 일찍 가는거라 그렇게 착각을 했던 것이다.
9시 30분까지 가야 하는데 8시 50분에 일어났다.
뭐 늦게 일어난 건 늦게 일어난 거고, 자전거 타고 가면 되겠지 하고서 후다닥 준비를 하긴 했는데 날씨를 확인해보니 9시에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가...
그래도 당장은 비 안 오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양산만 다시 챙겨서 자전거 타고 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할 수 있었으나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라 배가 고팠기에 잠시 드럭스토어 다녀와서 세팅 도와줬다.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에서도 봉사를 했었는데 여기서도 봉사가 하나 둘 늘어나는구나.
교회 예배란 그냥 좋은 말씀 듣는 그런 서비스를 받는 일이 아니라, 섬김을 또한 배우는 장소, 그렇게 배웠다.
말씀을 듣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예배를 준비함으로써 더 좋은 예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안에 또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오늘 메시지는 나의 정체성은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마침 내가 여기 일본에 있으면서, 그리고 반 년을 지내면서 문득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가, 뭘 해야 하는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는 와중에 딱 맞는 메시지를 듣게 된 것이다.
나의 정체성은 내 일, 내 국적, 내가 사는 동네, 내가 가진 것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 나를 지으신 목적이 곧 나의 정체성이라는 것, 내가 태어내기 전부터 나를 계획하신 하나님이 내게 정체성을 주신다는 것을 상기시키게 되었다.
정말로 그렇다.
그때 그때 바뀌는 나의 상태에 따라 정체성이 변한다면, 그것은 곧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분의 말씀 따라 행하는 피조물이다. 이것을 믿고 살아가면 어떤 환경에 있을지라도 흔들림 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될 것 같다.
한국 다녀와서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었는데 결국 해야 할 것은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낙심하지 말자.
이 교회의 교류? 친목의 방식에는 사실 꽤나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벤트들이 종종 있어서 사실 그 부분은 좀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여름 축제라면서 저번에 뭐 했는데 나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좀 이거 맞나 싶어서 참여를 안 했는데,
이번 달 말에는 코스프레 이벤트를 한다고 한다. 핼러윈 시즌이라 기획을 한 것 같은데... 이런 게 좀...
물론 아직 믿음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을 초청한다는 면에서는 의의가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일본인들이 특성상 신에 대한 경외심은 다들 가지고 있는 편이니까.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하는가 싶기는 하지.
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뭐 산타 뭐시기 라는 이름으로 뭔가가 또 기획되어 있는 것 같던데, 캔슬 된 것 같기도 하고...
이 부분에 대해 교회 사람들과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진지충 같아 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 타협은 하면 안된다 생각한다. 적어도 교회의 역할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훼방을 놓을 생각까지는 없긴 한데,,, 지혜롭게 잘 풀리면 가장 좋겠다.
예배 끝나고 오늘은 풋살 한다고, 어제 목사님이 연락 주셔서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공 가지고 노는 게 별로라서,,, 솔직히 싫은 정도이다.
왜냐,
- 내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열심히 움직이지 않으면 빼앗긴다. -> 내 페이스대로 운동 할 수 없다.
- 점수를 내기 위해 공을 차도 골대에 넣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 골 넣었을 때 성취감보다 못 넣었을 때의 실패감이 더 크다.
- 공이 아프다. -> 발로 찰 때 발가락이 아프고, 날아오는 공에 잘못 맞으면 아프다.
뭐 개소리를 이렇게 정성스레 썼나 싶지만...
그래서 나는 차라리 랠리나 혼자 하는 스포츠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수영이나 차라리 달리기나 클라이밍 같은 운동,,, 좀 더 후하게는 배드민턴 같은 운동도 싫지는 않다.
축구를 싫어하게 된 건 중딩 때 축구 하다가 상대팀 친구가 공 몰고 있는데 너무 빡세게 압박 수비 했다가 그 친구를 화나게 해버린 기억과 날아오는 농구공을 잡으려다가 그대로 놓치면서 손가락이 꺾여 호되게 피멍이 났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그 뒤로 축구와 농구는...
아무튼 그래서 오늘 응원하러라도 오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저번에도 그렇게 참관했을 때 꽤나 할 일 없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얼버무리고 집에 갔다.
그때는 그래도 공부라도 할 게 있었지 오늘은 뭐 들고 온 게 없어서 말이다.
그래서 점심 밥 먹고 세팅 풀고 집 갔다.
목사님께서 따로 나 불러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뭐 머리 모양이나 결혼식 얘기나.
앞으로 일본에 남고 싶은 것인지 돌아가고 싶은 것인지.
어제 워홀 형님과도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은 동일했다.
아무런 비전도 받지 않은 상태로 그냥 내가 쉬고 싶어서, 놀고 싶어서 여러 합리화를 거쳐 이곳에 와 있는 현 상황에서, 여전히 어떤 뚜렷한 목표가 주어지지 않았으니 돌아가도 그만, 남아도 그만인 상태라고.
수동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성경에도 이렇게 쓰여 있다.
[잠16:3]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잠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어차피 지금은 뭘 하고 싶은지, 아니 뭘 하고 싶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너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난 어떻게 해서든지 여기에 남겠어! 라고 마음을 잡기엔 아직 너무 섣부르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 남아있으려고 무언가를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와 그냥 책 좀 많이 읽든 해서 기본적인 지식을 함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뭐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니까.
아무튼 집에 갔다. 다행히 가는 동안 비는 안 왔다.
조금 피곤한 상태로 오늘의 말씀 묵상과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비는 안 와도 하늘은 흐려서 집 안도 어두웠다. 아직 시간이 네 시도 안 됐는데 어두워서 불을 켰다.
근데 역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침에 할 때는 별로 피곤함을 못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맑고 그래서 편하게 했었는데,
그 시간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하려니까 꽤나 피곤했다.
그래서 중간에 하다가 낮잠 자고 일곱 시 넘어서 일어났다.
필사 계속 이어서 했는데, 반복되는 문장이 많아서 오늘은 (창세기 5장) 생각보다는 빨리 끝낸 것 같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밥도 안 한 상태.
돼지고기는 사놨지만 요리는 해야 하는 상태.
일단은 또 너무 일찍 먹으면 자기 전에 배가 고파질테니까 씻고 나와서 준비하자고 생각해 일단 샤워를 했다.
요즘 나갈 때마다 선크림 바르고 머리엔 컬링 크림 바르고 나름,,, 꾸미고 나가는 느낌인데 그래서 그런가 이마에 뾰루지가,,,ㅠㅠ
씻고 나오니 8시쯤.
밥 하려면 또 여기서 4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면 또 너무 늦을 것 같아서 편의점에서 즉석밥이나 사서 먹어야지 하고,
그래도 밥은 해 두는 게 좋겠다 싶어서 밥 앉혀놓고 나갔다 왔다.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길래 날씨를 보니 또 소나기가 온다 해서 서둘러 다시 집 들어갔다 나오고...
편의점 가보니 또 이것저것 주워 담게 되어 거의 2천엔 어치를 샀다.
여기에 슬라이스 치즈랑 춘권 팔길래 그것도 먹어보고 싶어서 같이 구매.
빵은 나중에 간단하게 아침이나 간식거리로 먹고 프렌치 토스트도 해 먹고 싶어서..!!!
조만간 말차딸기라떼도 또 제조해서 먹어야지,,,
암튼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녀오니 밥 완성이 10분 남아 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나갔다 왔나 싶지만 뭐...
그래서 서둘러 저녁 반찬 요리했다.
오늘도 내가 자랑하는 제육볶음을 만들었는데, 고운 고춧가루를 다 써서 맵게 만들지는 못했다. 또 다진 마늘도 다른 제품을 써봤는데, 꽤나 평소와 맛이 달랐던 것 같다.
그래도 맛있게 머굼
밥 다 먹고 왠지 입이 허전해서 춘권도 먹고
한국 가기 전에... 사둔 푸딩도 먹고
어제 산 배도 깎아서 통에 담는 김에 몇 개 주워 먹었다.
과일 깎는 거 꽤나 어렵더라... 3개 깎는데 거의 30분은 걸린 것 같다.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왜 지금 또 배가 고픈 것이냐...
거짓 배고픔에 속고 있다. 도와줘...!